하얀 눈이 내리는 날
                  빛고운 김인숙
눈이 내려요
함박눈이예요
온세상이 눈부시게 깨끗한
하얀 눈꽃으로 덮여 아름다워요
당신과 처음으로 맞는 겨울
기다리던 새하얀 눈이 내려요
우리 지금 거기서 만나요
종로에 그 커피숍
우리가 처음 만나곳 거기요
유리창이 아주 큰 그 커피숍
바깥 풍경이
한눈에 보이는 그곳 말이예요
그대와 하얗게 내리는 눈
함께 바라보고 싶어요
내리는 하얀 눈 보면서
따뜻한 커피도 한잔하고 싶어요
소복히 쌓인 강변길도 함께 걸어요


 
 
어릴 적 내 꼬마 신랑아 
                빛고운 김인숙
가끔 너도 
내 생각하니
어릴 적 내 꼬마 신랑아
엄마 아빠 놀이에
해 저무는 줄 모르고
너는 아버지 안경 쓰고
아버지 구두에 모자 쓰고
내 신랑 노릇 참 잘했었지
넌 아빠 난 엄마
이제 이만큼 커서
어른이 되었는데
지금 보아도 너는 내가
여전히 그때처럼 좋을까
우리가 혹시 
길에서라도 만난다면 알아볼 수 있을까
어릴 적 내 꼬마 신랑아
부디 어디서든 행복하게 잘 살렴.   
   

 
 
그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있습니다 
                           빛고운 김인숙
주고 또 주어도 
하나도 아깝지 않은 사람
줄 수 있는 것이 적어
마음 아프게 하는 사람
사랑을 모르던 나를 몹시 애태우며
울어본 적 없던 자주 울게 하는 사람
감히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말을 
자신 있게 할 수 있게 하는 사람
혹여 다시 태어난다면
다시 만나 사랑하고 싶은 사람
내 평생 그 사람 하나로
사랑을 끝낸다 해도 절대로
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사람
정말이지
내 인생 모두를 바쳐도 
하나 아깝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 
그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있습니다.


 
아쉬움만 두고 가는 가을 
                 빛고운 김인숙
화려한 옷
다 벗어버린 나무가
시린 가슴 더욱 시리게 만들어
괜스레 눈물 핑 돌게 한다
한층 더 싸늘해진 바람이
공원 벤치 아래 둥지 틀고 모여 있는
갈색 낙엽들을 흩어지게 하여
어느새 가슴마저 허전하다
아직 가을에 형체마저 희미한데
이른 겨울바람이 부니
한적해진 공원에 빈 벤치엔
시린 그리움이 서럽게 울먹인다
언제부터였을까 내 마음과는
거리가 멀어진 계절의 시간은
점점 더 빨라지고 오는 겨울에 떠밀려
억지로 떠나는 가을이 늘 아쉽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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